' 널 구하기 위해서라면 괴물이라도 될 수 있어. '
" 집중해. T를 몇 개나 받아올 셈인거지? "
< 인장 >
< 이름 >
에벡스 클리티아 로르 / Abex Cleatia Rauer
< 혈통 >
순수 혈통
< 기숙사 >
슬리데린
< 나이 / 학년 >
17세 / 7학년
< 성별 >
남성
< 신장 / 체중 >
176cm / 61kg
< 외 형 >
빛을 많이 못 본듯 창백한 피부색. 얇은 입술에도 색소가 옅다. 오밀조밀하게 다듬어진 이목구비에, 제법 시원하게 뻗은 선 덕에 그럭저럭 깔끔하게 생긴 청년이다. 팔다리가 길고 비율이 좋은 까닭에 키보다 조금 더 커보인다. 마른 체형에 가는 체격. 아직 성장기. 자세가 굉장히 바르다. 언제나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으며 걷는 폼에도 흔들림이 없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인상.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편.
청빛이 도는 반곱슬 흑발에 새파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반곱슬인 까닭에 매일매일 단정하게 빗질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삐친 잔머리가 생기곤 한다. 눈꼬리가 길지만 사나워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요즈음 시험 준비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까닭인지 눈 밑에 짙게 다크서클이 자리잡아 인상을 망치고 있다. 그럼에도 예의바르게 웃어보이기 때문에 보통 첫인상이 좋은 편이다. 눈을 애매하게 덮는 정도로 앞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다. 덕분에 눈썹은 아예 보이지 않는 정도. 손이 얇고 가늘다. 키에 비해 손이 약간 작다. 손톱을 언제나 바짝 깎아둔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다. 안경이 없으면 약간 불편한 정도로, 시력이 아주 낮지는 않으나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언제나 필수. 와이셔츠와 넥타이, 조끼와 망토, 구두, 바지까지 제대로 다려 각을 잡아 입는다. 벌점이라곤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음을 어필 하듯 빈틈없는 착장. 구두는 언제나 반질반질하고, 검거나 흰 양말에 발목까지 완벽하게 덮는 교복바지. 자주 손에 노트나 책을 들고 다닌다. 복도를 거닐면서 읽지는 않으나 옆구리에 하나 쯤은 대부분 끼곤 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모범생의 이미지.
< 지 팡 이 >
너도밤나무 / 용의 심금 / 8인치
아무런 장식도, 홈도, 무늬도 없는, 옅게 청빛이 도는 까만색 지팡이. 휘두를때 마다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휙 소리가 난다. 얇고 가늘다. 그럼에도 잘 휘지 않는 모양.
< 그 외 >
- 독일계 영국인.
- 이런저런 잡상식에 박식하고 그 외 교과적인 부문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OWL 11과목을 받았으며, NEWT도 마찬가지로 11과목을 응시한다. 유일하게 응시하지 않은 과목은 머글 연구. 간단한 취미 생활이랄 것도 없이 공부에만 전념하는 생활로 제법 유명하다. 장래 희망은 오러.
- 이러한 특성을 살려서 이곳저곳 전과목 과외를 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대표적으로 자신의 사촌 동생 시아헬. 그러나 시아헬을 제외하면 대부분 과외를 해주는 대상은 슬리데린 저학년들이다.
- 집이 엄청난 부자다. 또한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내려온 깨끗한 순수혈통 가문의 한 갈래 출신. 이 까닭에 어릴 적에는 경제 관념부터 시작해 사회적 상식이 비교적 부족했으나, 현재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 더위에 굉장히 강한데 반해 추위를 많이 탄다. 이 까닭에 옷을 여러겹 겹쳐 입고도 몸을 떠는데, 본인은 전혀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곤 한다. 체온이 차다. 피부가 예민해 조금만 추워도 금세 얼굴이 붉어지고 트는 편.
- 외형에 비해 상당히 성숙하고 조용한 목소리. 발음이 또렷하고 듣기 좋은 톤으로 천천히 말한다. 시아헬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존댓말을 사용한다. 먼저 상대 쪽에서 청하지 않는 이상 먼저 말을 놓는 경우는 없다.
- 옅은 장미향과 잉크향이 섞인 듯한 독특한 향내가 난다.
- 언제나 고급 깃펜과 일정이 기입된 조그만 검은색 다이어리를 망토 주머니에 챙겨다닌다. 늘 철저한 일정관리. 본인의 생활 패턴이 깨어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 외동 아들이다.
< 페 어 >
시아헬 C. 로틴 / @asasqwa
과외를 해주는 학생이자 사촌 동생. 로르 가는 로틴 가와 살림을 합쳐 함께 살고 있다.
시아헬의 친할머니가 에벡스의 외할머니로, 할머니의 성함이 둘의 미들 네임이기도 하다. 시아헬의 OWL 준비를 위해 자주 도서관이나, 교수님의 허락하에 빈 교실에서 만나 과외를 해주곤 한다. 과외 시간 외로도 시아헬에게서 시선을 도통 떼어놓지 못하는, 제법 극성 맞은 사촌 형. 집안 어른들이 시아헬의 안부를 물을 때 시아헬 본인 보다도 에벡스를 먼저 찾을 정도로 시아헬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에벡스가 서슴없이 반말을 사용하는 유일한 상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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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장 >
< 이 름 >
< 혈통 >
혼혈
< 외 형 >
< 지 팡 이 >
< 그 외 >
- 혼혈. 순수 혈통으로 유명한 로틴Rotin 가의 수많은 방계 중 하나인 로르Rauer. 아버지가 머글 혼혈이다.
로틴 가는 대대로 부잣집이고, 한때 유명했으며, 또한 귀족적이다. 상당히 폐쇄적인 집안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까닭에 재산 통계 등에서나 그 형체가 명확히 잡힐 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진 않다. 몇 개의 성姓으로 통합되어 그 큰 줄기인 로틴Rotin과 로틴의 여성 자손과의 결혼으로 맺어진 가지 가문 중 하나인 로르Rauer 등이 있다.
집안 전체에 남아 선호 사상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굉장히 보수적이다. 로틴 가는 여성 자손에게만 혼혈이나 머글 본과의 결혼을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성을 이어갈 남성 자손들에게는 무조건 순수혈통과의 결혼을 강요한다. 따라서 에벡스의 어머니는 로틴이나 아버지는 머글 혼혈로 약 4세대 전 이미 한 번 로틴과 맺어졌던 혼혈 가문이다. 이 까닭에, 그리고 로르 가의 저자세 덕분에 로틴과 로르는 용케도 혈통과 관계 없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한세대 전, 로틴 가의 가세가 기울어 로르 가의 에벡스 세대를 순수 혈통이라 외부에 말하고 다녀도 침묵해주는, 암암리에 협력해주는 대가로 합의하에 합가하였다.
- 로틴, 그리고 로르는 순혈 우월 주의 사상에 물들어있다. 점차 정화 작용이 되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집안의 어른들과 가주의 태도는 매한가지. 특히 혼혈 가문이라는 딱지를 싫어하던 로르 가에서 에벡스는 한 장손으로써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이는 로르 가가 로틴 가에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에벡스를 순수 혈통이라 말하고 다니는 것에 대한 암묵적인 인정을 거는 데에 이어졌다. 그는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끝까지 집안에 맞추려고, 로틴 가의 유일한 순수혈통 외동아들인 시아헬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고 들었다. 열정이고 의지고 죄다 어떻게든 만들어냈다. 후플푸프로 보내려는 마법 모자에게 빌고 빌어, 실제로는 혼혈 출신임에도 스스로의 야망을 인정 받아 어떻게든 슬리데린에 들어왔다. O에서 성적이 내려온 적은 매우 드물었으나, 한번이라도 E를 맞아오면 그때마다 집안의 질타를 받아내야 했다. 무조건 어른스럽게, 귀족적으로 보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당연히 그런 종류의 거짓 열정은 독이 되었다. 상당히 내부적으로 지쳐있는 상태. 스트레스 한계치를 초과한지 오래되었고, 이제는 포기 단계에 도달했다. 겉으로 흠잡히지 않기 위해서 만사에 신경을 쓰고, 이미지 관리를 하며, 부정적인 평판을 얻지 않기 위해 아무리 화가 나도 험한 소리 하나 하지 않으려고 한다.
-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예의바르고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절대로 자신의 선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든다. 따라서 속에 숨기고 있는 것이 많고, 트리거만 있다면 터져나올만큼 쌓인 것도 많다. 자존심은 강하나 자존감은 낮다. 그러나 그 강한 자존심을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 굽히고 세울 줄 안다. 그에 따른 상처나 우울감, 탈력감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지만 굉장히 익숙하다. 발화점이 높다못해 화를 내는 일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자신의 혈통에 대해서 만큼은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 자신에 대한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를 가장 두려워한다. 따라서 불의를 보아도 본능적으로 계산부터 하고 그 이후 행동하며, 나서지 않는 경우가 더욱 많다. 도리어 스스로 불의를 저지르기도. 그러한 자신에게 자괴감을 가지고 있다.
- 이 가식적일 정도로 차분하고 예의바른 모습은 오로지 시아헬에게만 예외적이다. 짧은 욕설, 반말, 시비, 심하다 싶을 정도의 매도 역시 서슴치 않으며 상당히 악의적으로 군다.. 그러나 한편, 집안에서는 로틴 가의 유일한 외동 아들인 시아헬을 자신보다 더 신경쓰고, 그 까닭에 자신에게 보호자 역할을 맡겼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의 집안에서의 평판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에, 그는 시아헬에게, 시아헬의 안위와 행보에 강하게 집착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그를 자신이 당한 마냥 억압하고, 감시하고, 모난 성격의 싹을 자르는 것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집념.
사람들 앞에서는 애써 시아헬을 자신의 소중한 사촌 동생처럼 포장하곤 한다. 꾹 눌러쥔 주먹은 소맷자락 아래로 숨긴 채.
- 실제로는 미술 쪽 진로를 희망하고 있다. 3학년 때부터 관심을 가졌으며, 움직이는 음표들이 가득한 그림으로 음율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당연하게도 집안에서는 무조건 그가 오러가 되기를 바라고 있으므로, 정말 딱 하루에 한두시간 자는 시간 줄여 몰래 연습하거나 밤 중 나가 구석진 곳에서 캔버스를 만지작거리다 들어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마저도 혹시 들키지나 않을까 손이 떨리지 않기까지는 오래도록 걸렸다. 그 까닭에 원래부터 5시간으로 제한 되어있던 취침 시간이 줄었다. 6학년 방학, 자신의 가문에서 후원하던 화가를 찾아가 가끔 몰래 그림을 배우던 그는 시아헬에게 이 모습을 들켜 약점을 잡혔다. 집안 어른들이 알면 끝장날 사안.
- 양성애자. 4학년 시절,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팀 주장이었던 남학생을 짝사랑했던 적이 있다. 당연하지만 보수적이기 짝이 없는 집안에 밝혔다가는 호적이 파이고도 남을 테니 그저 침묵. 하필이면 같은 년도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에 들어갔던 시아헬에게만 들켰다.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약점. 결국 그 주장과는 졸업 후에 연락을 끊었다.
- 지나친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우울로 인해 건망증이 심해지고 있다. 공부에 관한 것이 아닌, 주로 일정에 관한 것. 과외 일정들도 자주 잊어버려 휴게실에서 기다리던 슬리데린 저학년들의 성토를 듣는 일이 많아졌다. 결국 다이어리를 늘상 소지하고 다니며 일정을 체크 중. 이와 관련하여 완벽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가지고 있다.
- 거짓말을 할 때 양 손을 모아 깍지끼는 버릇이 있다. 본인은 인식하지 못했다.
< 페 어 >
시아헬 C. 로틴 / @asasqwa
- 시아헬이 호그와트에 입학하던 때.
3학년이던 에벡스는 집안 모든 어른으로부터 시아헬을 잘 챙겨주라는 말을 들었다. 대놓고 네가 시아헬의 보호자라고 명명 받은 셈이었다. OWL을 진즉부터 준비할 생각이었던 에벡스는 바로 그 학기부터 과제도 제대로 내지 않던 시아헬의 과외를 도맡아야했다. 시아헬에게 무슨 일이 있거나 시아헬이 성적을 못 받아오면 에벡스가 가장 먼저 혼났다. 한 학기 동안 부엉이 편에는 시아헬의 안부를 에벡스에게 묻는 편지만이 전달되어왔고, 방학 때에 집에 돌아간 에벡스가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은 "시아헬은 잘 적응했니?"라는 이모와 어머니의 말. 시아헬의 성적과 안전, 안부는 에벡스가 지금껏 해온 그 어떤 노력보다 에벡스의 평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에벡스가 노력을 덜 해도 좋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는 양방향에서 덮쳐오는 압박감을 이겨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야만 했다.
그러나 그와 시아헬은 너무 달랐다. 서로 제대로 말도 섞지 않았으며, 묘한 경쟁심과 이질감에 눈살만 찌푸리던 어린시절과는 달랐다. 점차 에벡스는 자신과 같은 집안이나 마찬가지인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 자신과 다르게 완벽하게 반항적이고, 멋대로에 자기중심적이며 기대란 기대는 전부 짓밟으면서도 뭐가 모자란지 사고만 치고 다니는 시아헬이라는 존재에 대해 점점 더 짜증이 치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시아헬이 벌려놓은 일들에 대한 책임은 곧장 에벡스에게 돌아오곤 했다. 그가 추구하는 완벽주의와 완벽한 평판은 시아헬 탓에 점차 깨져가기 시작했다. 그 평판을 복구하는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아주 많이 들었다. 거기에 자신과는 다른 그의 자유에 묘한 질투심마저 느끼는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더하여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약점을 서로가 틀어쥐었고, 악화의 악화가 반복되었다. 그는 시아헬을 진심으로 증오하는 한편, 부러워했다.
- 시아헬이 2학년, 에벡스가 4학년이던 때.
한창 에벡스가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팀 주장을 짝사랑하던 시절. 집안의 눈치 탓에 퀴디치 팀은 엄두도 내지 못해 그의 라이벌조차 꿈꾸지 못하고, 그저 아는 선배님이라는 명목으로 퀴디치 경기장에 잠깐 짬을 내어 들렀었다. 그리고, 그날 연습에 분명 불참한다던 시아헬이 뒤늦게 합류했다. 에벡스가 표정을 채 숨기기도 전에. 그리고 그 이후 에벡스의 태도를 본 시아헬의 심증은 점차로 확증이 되었고, 서로가 알고 있는 이 사실은 번져나가던 서로에 대한 악의에 불을 붙였다.
- 시아헬이 3학년, 에벡스가 5학년이던 때.
자신의 OWL은 물론이요, 시아헬의 과외도 도맡아 해야해 에벡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있던 시점. 에벡스는 집안의 중매로 얼굴조차 보지 못한 어느 두 살 많은 연상의 여학생과 약혼했다. 그리고 겨울 방학, 시아헬이 퀴디치를 그만 두고 방학마다 틈틈이 성 뭉고 병원에 다니고 있음을 알아챘다. 시아헬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그였기에 알 수 있었던 일이었다. 에벡스는 그 즉시 병원에 들어가, 늘 가지고 다니는 신분 증명서와 가족 관계 증명서 등으로 시아헬의 가족임을 증명해 의사 소견서를 받았다. 그 덕에 그는 시아헬의 다리에 꽤 영구적인 손상이 있으며, 마법을 통해서도 충분한 재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에벡스가 잡은 유일한, 시아헬의 드러나지 않은 약점이었다.
그 학년의 여름 방학, 약혼자의 처음 만남을 가졌다. 샤를로테 리튼Charlotte Ritten. 시아헬과 같은 하얀 은발, 뚜렷한 자안, 눈매. 묘하게 시아헬을 떠올리게 만드는 외관에 에벡스는 단숨에 자신이 그녀와 친해지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성격만큼은 시아헬과 분명히 달랐기에, 에벡스는 어느정도 순순히 그녀가 자신의 약혼녀임을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가 약혼자와 거리를 둔 까닭은, 무엇보다도 그녀가 시아헬에게 다정했기 때문이며, 또한 그녀의 앞에서는 누그러지는 시아헬의 모습이 깊숙한 어느곳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분명 그 두 사람은, 한 번의 학기를 거치는 동안 자신은 결코 알지 못할 어느 커다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완벽했던 그의 소외와 질투에 가까운 좌절은 생각보다 컸다. 에벡스는 그것을 깨닫고 나서도, 인정 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시아헬이 4학년, 에벡스가 6학년이던 때.
6학년의 겨울 방학, 억눌러왔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집안이 후원하던 미술가를 찾아가 미술을 배우던 어느 날. 마찬가지로 후원 관련 일로 미술가를 찾아왔던 시아헬과 마주쳐버린 에벡스는, 또다시 시아헬에게 비밀을 들킬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야 다시 여름 방학.
불안했다. 시아헬이 가지고 있는, 집안과 주변에서 자신을 끝장낼만한 패는 너무 많았다. 집안에서 시아헬의 평판은 그의 중요도와 별개로 바닥을 치고 있었고 에벡스는 그 반대였으므로 시아헬의 허물을 감쌀 지언정 말을 믿어줄 집안 어른은 많지 않았지만, 시아헬에게 마냥 우호적인 그의 할머니는 예외였으며, 의심 많은 집안 곳곳의 어른들 역시 예외였다. 자신은 말싸움에서 언제든 시아헬을 이길 자신이 있었으나 예외 사항이 단 하나라도 있는 한 에벡스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불안은 지난 겨울날부터 점차 깊어져 걷잡을 수 없어졌으며, 이는 시아헬에 대한 열등감과 분노에 불을 지폈다.
화풀이가 필요했다. 에벡스는 시아헬과 친했던 자신의 약혼자를, 시아헬과 자신의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집안에 파혼을 요청했다. 약혼자가 시아헬과 자신에게 보낸 편지가, 방학때의 만남 횟수가 지나치게 많음을 증거로 들었다. 이미 에벡스보다는 시아헬과 더 자주 지내는 약혼자를 아니꼽게 보고 있던 집안은 생각보다 순순히 요구를 수락했고, 그 이후 그녀는 연락이 끊겼다. 에벡스는 그녀로부터 온 마지막 선물인 만년필을, 잉크가 떨어지자마자 곧장 버렸다.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에벡스는 그 만년필에 어떤 이니셜이 새겨져있었는지 조차, 더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 시아헬 C. 로틴.
열등감의 원천. 자신과 전혀 다른 타입인 그에게 공감을 전혀 하지 못하며, 자신과 다르게 제법 자유분방히 돌아다니고 활동하고 반항하고 저항하는 그에 대한 인정하기 싫은 부러움 내지 질투를 가지고 있다. 더하여 자신의 평판을 억지로 망치려고 드는 듯한 그에 대한 혐오와 증오까지도. 너무 어릴적부터 자신의 책임이었던 그의 사촌 동생이나 그만큼 그의 역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에서부터 닮은 구석이 있어 더욱 속으로 썩어들어가고 있다. 그 자체를 부정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신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에벡스는 시아헬의 자유를 억압하고자하는 묘한 집착과 그의 모든 행동에 대한 강한 불안감을 가진다. 시아헬의 안위는 바로 자신의 평판에 연결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시야에서, 감시에서 시아헬이 벗어나면 강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지경. 그렇다고 시야에 들어오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시아헬은 존재 자체로 스트레스 덩어리였으나 결코 에벡스는 그를 자신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다. 시아헬이 사고를 당하기라도 한다면. 죽기라도 한다면.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그 즉시 모든 비난과 원망의 화살은 에벡스를 향할 것이기 때문에. 그건 에벡스가 결코 견딜 수 없는 지옥이다. 에벡스는 시아헬이 간절히 죽어 없어져버리길 바라면서도, 무슨 일이 있어도 그래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이 모순은 그 즉시 자괴감과 자존감 붕괴로 이어졌다.
집안 문제와 얽힌 문제 탓에 어쩔수 없이 계속 마주쳐야하는 사이이자, 에벡스가 절대로 놓을 수 없는 관계. 그 자체로 역린이오, 악 덩어리. 평생의 앙숙이자 타의로 맺어진 파트너.
Q. 본인의 소중한 사람이 반복되는 시간에 갇혀 있어 구하러 간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A.
" ...소중한, 사람이군요." 잠시 사이를 두었다. 말을 고르는 데에 신중한 것 처럼 보였으나 어떻게 보면 내켜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이내 표정 없던 얼굴에 예의바른 웃음이 걸린다.
"제 소중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제 사촌 동생이겠습니다. 시아헬이 반복되는 시간에 갇혀있다면, 당연히 집 안의 어른들께서 무척 걱정하실겁니다. 특히 할머니께서요. 시아헬은 로틴과 로르 가, 모두에게서 사랑받는 아이니까요. 집안의 장손으로서, 그리고 시아헬의 사촌 형으로서 그런 상황을 가만히 두고볼 수 만은 없을겁니다. 당연히 제가 나서야죠, 전,"
문득 말이 끊겼다. 옅게도, 웃음이 쓰다. "전, 시아헬의 사촌 형이자 보호자니까요. "
Q. (위 질문에 이어서)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어떻게 하나요?
A.
" 잔인한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하시는 이유를 여쭈어보아도 괜찮으실까요? " 정중한 투로 되물었으나,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잠시 간의 사이, 그리고 또렷한 목소리. " 저는 살인은 하지 못합니다, 아니, 그 어떤 불법적인 일도요. 모두가 비난하고 지탄하는 반인륜적인 행위는 할 수 없습니다. "
희미하게 모아 쥔 양 손이 깍지를 낀다. 거짓말할 때에 나오는 버릇. 이내 잠시 숨을 고르고.
" ...친절하시고 다정하신 집 안의 어른들께서도, 시아헬이 그런 방식으로 구출되기를 원하시지는 않을겁니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저를 탓하시지도 않으실거고요. 그분들은 제가 나쁜 일을 하는 걸 바라지 않으실겁니다. "
당연하게도 진심이 아닌 말은 거짓말이 되어 새어나왔다. 그는 죽일 수 있다, 시아헬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평생 악몽에 시달리고 죄책감에 쫓기고,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아도, 그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 무엇보다도 집안 어른들의 시선을 무서워했으니까, 시아헬을 구하지 못했을 때 쏟아질 그 비난들을 무서워했으니까. 스스로도 잘 아는 사실을 애써 가린채, 그는 평소와 같이 그려낸 듯 웃어보였다.
Q. 본인이 반복되는 시간에 갇혀 있는 상태로 루프를 탈출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어떻게 하나요?
A. -
" 저는 할 수 없을겁니다. 절대로요. "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 저는 그런 끔찍한 짓은 저지를 수 없습니다. 제가 이미 피해자로 결정이 난 상태라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도적이겠지요. 살인은 너무나 극악무도한 범죄입니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그 상황에 제가 갇힌 채 살아가기를 택하겠습니다. "
진실이다. 루프여도 상관 없을 것이다, 타의로, 죄책감 없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의 집안에게서, 시아헬에게서, 우울에게서, 압박에게서. 그는 스스로 죽거나 사라질 용기는 없는 사람이었다. 어떻게든 버텨나가는 데 익숙하지, 완전히 놓아버리는 것은 간절히 바라나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죄책감 없이 모든 것을 두고 사라질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올수만 있다면. 그는 제법 선명하게, 그러나 여전히 예의바르게 웃었다.
< 1 차 지 인 정 보 >
진님 / @Jinjay_limit
< 오 너 닉 네 임 >
크라이젤
< 오 너 계 정 >
@HopelessKreisel
< 오 너 생 년 >
9N
' Because of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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