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는 지팡이를 사용하는 수업에 마땅찮은 관심이 없었다. 단지 지팡이를 제대로 놀리지 못한다면 마법사로서 곤란할 만한 상황은 분명 언제든 닥쳐오리라는 것만 알았고, 이 까닭에 최소한의 마법적 소양은 챙겨두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보충 수업으로도 얼마든지 취할 수 있는 달큰한 풀내음과 퐁퐁 솟는 마법약의 연기를 뒤로 하고 계단을 오르기란 제법 힘겨웠으나 제법 그 보람은 있었다. 허공에 휘날리기만 하여도 수 초간은 둥실 떠 있을 깃털을 공중에 묶어놓기 위해 필요한 손목의 힘과 지팡이의 호선은 반복된 연습 끝에야 적정을 찾았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매번 성공한 것은 아니어서, 그는 제가 지팡이 다루는 일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를 깊숙히 깨달았다.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과거의 자신을 칭찬해줄 일도 아니다. 그는 살짝 입술을 물고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휘둘렀다. 깃털은 살풋 책상 위를 날았다가, 몇 초 머물고, 다시금 느긋하게 떨어져내린다. 이 즈음되면 바람을 부는 것이 더욱 나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나마 그 다음의 시도는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깃털은 연이은 시도에 충분할 만큼을 허공에서 떠돌았고, 그는 텅 빈 교실에서 저 혼자 남아 손목이 아릴 때까지 저의 흰 꽃 묶인 지팡이와 제법 치열한 시간을 보낸 보람을 그제야 조금 느꼈다.
그러한 만족감을 안겨준 뒤에 깃털이 살몃 내려앉은 곳은 두꺼운 마법 기초 책의 위였다. 마치 그 다음 복습, 그 다음 예습을 재촉하는 듯 그 위를 한참을 살랑인다. 그는 가볍게 시선을 굴리고, 지팡이를 내려놓고, 책을 집어들었다. 다음으로 복습할 마법은 무엇이며 지팡이가 그려야할 길은 무엇인지, 슬 알아야할 시간이었다.
공백제외 62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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