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약 수업은 언제나 빠짐없이 챙겨듣고 있었으나, 도통 느는 것 같지 않아 그는 약간 초조했다. 약초학과 매한가지로 그의 머릿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는 학문이니 만큼 잘 해내고 싶은 것은 당연할테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었다면 세상 모든 호그와트 학생들이 O를 나눠가졌을테지. 그는 날의 반을 마법의 약 수업을 듣고도 부족하다 생각했다. 무엇이라도 더 해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이러한 종류의 심취가 정말로 로웨나 래번클로가 추구했던 것이라면, 그는 그야말로 래번클로의 파란색에 꼭 맞는 인물일테다. 그날도 결국 자주 그러했듯, 그는 수업이 끝난 이후로도 교실에 붙박혀 앉아 여전히 끓고 있는 그의 냄비를 들여다보는데에 여념이 없었다.
냄비를 들여다보며 살아있는 죽음의 약에 대한 생각을 한 것이 꼭 그 시간이 처음은 아니었으나, 한가득 수선화를 품에 안고서 말하는 죽음과 그렇지 않은 죽음은 상당히 차이가 있으리라. 언제나 죽음을 두려워했고 기피했던 그로서 자살이란 상상도 할 수 없는 종류의 아득한 선이었다. 그러나 그가 아는 사람, 물론 그림이었으나 과거에는 사람이었을 그가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라면, 그는 약간은 죽음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가 저를 대화 상대로 필요로 하는데에 분명 도움이 될 아주 조금의 익숙함이면 될테다.
다른 생각에 한참을 잠겨있었음에도 보충 수업마저도 점차로 시간에 섞여 흘렀고, 그는 옅은 아쉬움을 남기고 약초 더미를 서랍 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의 목적지도 역시 정해져 있음이 분명했다.
공백 제외 57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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