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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듀아넬] 001. Beautiful Mask





  탁탁탁, 발소리가 경쾌하게 날았다. 

  아직은 가벼운 어린 아이 발걸음이 골목길 안을 가득 메웠다. 한두 걸음 더 딛거든 훌쩍 공중으로 사라질 듯 떠오르고 또 떠올랐다. 파즉 소리를 내며 가로등 불빛이 사그라들었다. 장막이 내려앉았다. 새벽 세시의 골목길은 숨 막히도록 고요했다. 그 한가운데를 비집고 파고들어 체내에서부터 금을 긋는 발소리만이 탁탁 솟았다.


  오른손에 든 손도끼가 묵직했다. 왼손에 든 주사기가 흔들렸다. 고른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골목 하나를 가로지른 것 치고 호흡은 정상적이었다. 심장 박동도 평소와 다름없이 콩콩 뛰었다. 한숨을 내쉬었다. 목이 졸려 멍든 목이 쑤셨다. 붙잡혀 시퍼렇게 부어오른 손목이 아렸다. 옷에 튄 핏자국은 한여름의 냉기에 벌써부터 체온을 앗아가고 있었다. 골목의 끝에 시체가 둘 있었다. 하나는 총에 맞아 죽은 작은 여자아이의 시체였는데 머리가 완전히 으깨져있었다. 다른 하나는 훌쩍 큰 남자의 시체였는데 팔에 온통난 주사자국을 아래로 하고 목이 반쯤 잘려나가 있었다. 속눈썹에 맺힌 핏방울을 떨구어내려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바라보았다. 정적이 찾아들었다.


  피가 묻은 손도끼를 한번 아래위로 흔들었다. 들어올리기도 다소 힘에 부친 이것을 어떻게 휘둘렀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살점이 들러붙은 주사기를 한번 꾹 눌렀다. 아주 조금 남아있던 액체가 작게 찍 소리를 내며 골목 안쪽으로 튀었다. 혹시나 입에 튀길라 냉큼 뒤로 물러섰다. 하필이면 뒤에 돌부리가 있었다. 오른발이 탁 걸려 넘어졌다. 쿠당탕. 벌러덩 넘어져버린 눈에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이 보였다. 달은 보이지 않았다. 별빛이 비쳤다. 목에서 작게 비명이 새어나왔다. 뼈마디가 어긋나는 소리가 얼핏 들린 듯도 했다.


  머리카락이 아스팔트 위로 흩어졌다. 아무래도 혹이 난 모양이다. 머리가 욱신거려 잠시 누워있기로 했다. 일어서기조차 귀찮았다. 과정은 재미있었을지라도 처리는 지루했다. 잠깐 손도끼를 놓은 손이 바닥을 더듬자 진득하게 바닥에 고인 핏물이 들러붙었다. 발에 시체가 채였다. 어린 아이의 발과 발이 맞닿되 하나가 맨발이어서 소리는 나지 않았다. 눈을 다시 깜빡이자 속눈썹에 고였던 핏방울이 마침내 떨어져나가 뺨 위를 굴렀다. 일이분을 그렇게 아린 별만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서기로 결심한 것은 순간이었다. 아스팔트를 더듬고 다른 돌부리를 잡아 몸을 일으켰다.


  다시 마주한 것은 두 사람 이었다. 방금까지 별을 담았던 눈에 붉게 물든 옷자락만 들어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개를 기울이고 잠시 생각했으나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있었던 것도 아니라 다시 손도끼를 집어 들었다. 이미 굳어가는 아이의 손에 꾸역꾸역 손도끼를 쑤셔넣어주고 옆에 피가 온통 얼룩진 주사기를 떨어뜨렸다. 툭, 데구르르. 텅 빈 플라스틱이 아스팔트를 굴러가다 하수구에 덜컥 걸려 요란한 소리를 냈다. 덜커덩, 텅.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으나 새벽 골목에서는 천둥보다도 커다랗게 울렸다. 잘다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총은, 이 남자가 쐈었지. 바닥을 굴러다니던 소음기까지 달린 총을 옷자락으로 집어들었다. 탄창을 빼 총알의 개수를 확인했다. 아이에게 쏜 총알은 총 세발이었다. 가슴에 둘, 머리에 하나. 몇 번이고 손가락을 접어가며 다시 세었다. 하나, 둘. 하나, 둘, 셋. 철컥, 탄창을 다시 밀어 넣고 커다랗게 벌어진 무릎 위에 던져놓았다.


  탁탁탁, 세 걸음 떨어졌다. 한 눈에 들어온 시체 둘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눈을 굴렸다. 이상한 점은 없었다. 머릿속으로 따지고 또 따졌다. 시선으로 하나하나 낱낱이 뜯어보며 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이내 번쩍하고 낙뢰가 하늘을 찢었다. 비가 오기로 되어있던 새벽 세시의 골목길에 천천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콧잔등에 톡 떨어진 물기에 눈을 재차 깜빡였다. 투둑, 툭, 툭, 투두둑. 머리카락을 적시고 옷을 달라붙게 만들어 맨다리를 타고 흐르는 비가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서 뛰었다. 내일 아침 비가 멎으면 죄 씻겨 내려가 그나마 남았을 증거라곤 하나도 없을 골목길을 뛰어 벗어났다. 고양이가 물 먹은 몸을 털 듯 어차피 다시 젖을 머리를 몇 번이고 털어냈다.



  찰박찰박.


  발소리가 경쾌하게 물방울을 튀겼다.

  천둥소리가 골목을 뒤흔들었다.

  희미하게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ㅡ재미없었다.








Misao OST #7 - Beautiful Ma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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