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젤] 010. Eden.
010. Eden.
사실 그에 대해 모르고 있는 사실들은 아주 많았다. 손에 꼽을수도 없을만큼, 열보다 더. 그가 어째서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는지도, 결국 어떠한 방식을 택해왔는지도, 어째서 밤잠을 설쳐 손을 빌리는지도, 총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도, 왜 나의 죽음에 초조하다 말하는건지도. 그리하야 내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고 감히 말할 수 있을만큼 벅찬 사실들을 인정할 적에 느낀 이 불안은 실로 끔찍했다.
꿈과 현실을 착각할 때마다 덜컥 내려앉던 심장소리가 지금 고스란히 들린다.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릴 때 어떻게든 귀를 틀어막아도 들려오던 속삭임들은, 눈을 막아도 보이던 그들은, 그가 앞에 있거든 제법 선선히 물러가곤 했는데도. 잠시 눈을 감았다 뜬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앞에 있다. 다만 그는 마치 저를 보지 않겠다는 양 보이는 눈을 가려버려 나의 시선이 갈곳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그는 앞에 있었다. 다른 종류의 긴장인가보지. 스스로에게 떨어뜨린 말은 짧았다. 어쩌면 그가 나를 제대로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기인한 떨림일지도 모른다. 혹은 바라마지 않는 이기의 끝이, 결과가. 원하는 방향이든 그렇지 못하든 제 코 앞에 들이닥치기 직전이어서일 수도 있다. 전부 가능성이다.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다만 짤막하게 흘러나온 두려움과 후회 섞인 고백은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자연스러운 답을 주었다. 나의 목숨이 그에게 최소한은,
... ...
" 그럴 수 없었어서 유감이야. 가진 것이 억지로 연명 중인 이 목숨밖에 없어서, 함부로 담보 삼을 순 없었거든. "
조용한 웃음이 마디마다 섞였다. 기쁘다. 나의 하잘것 없을, 오로지 두려워하기만 한 죽음이 그에게 초조함이 될 수 있음이, 기뻤다. 여전히 꿈 꾸지 못하는 어둠은 무서웠으나 눈 앞에 놓인 나의 또다른 죽음은 두려운 한편 지극히도 반갑다. 어느새 맞닿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온전한 눈이 드러났으니 내 시선은 그곳을 향해야 마땅했을테지만, 그럼에도 떨구었다. 아직도 그는 나를 보고 있나. 채 확신하지 못한 채, 그대로 총을 쥔 손을 그의 손 밑에서 빼냈다. 피가 끈적하게 손에 묻어나는 기분을 잠시간 느낀다. 질척이는 비린내, 누군가 죽어가면서 내었을 신음 소리. 나는 그것을 현실과 구분하지 못했다. 간단하고 어설픈 환상도 나를 속이기에는 충분하다. 저절로 고개가 들려, 순간. 나의 것일지도 모르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 그 대신 그 주인에게 다시 돌려줄테니, 말해봐, 체셔. 무엇이든. "
나는 명백히 웃고 있었다. 눈을 내리감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지 않아 어설프게만 쥐었을 권총을 제 머리에 겨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는 그 존재 자체로 나를 언제든 죽일 권리가 있음을.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을, 나의 호흡 한 번 한 번을 모두 가졌음을.
그렇게 선언한다. 웃음은 여전히 짙다.
" 전부 가져가도록 해.
네 승리를 대가로, 내가 너의 가장 완전한 악마가 되어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