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ely.
[덴젤] 8일차, 마법의 약.
Kreisel
2018. 1. 21. 17:10
마법의 약 수업장은 바닥에 뚫린 구멍이 언제나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일상적인 일이었느냐 하면, 처음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염산 부은 깃털 바닥마냥 하릴 없이 타들어가는 나무바닥을 바라보던 그가 이제는 타들어가는 냄새만 나도 그러려니 넘길 정도였다. 마법의 약 보충 수업이라고 해서 예외일리는 없었다. 익숙한 자글거리는 향에 별다른 표정 변화도 없이 끓는 마법 약을 바라보고, 책을 넘긴다. 그는 약간 지친 기색이었다. 공부하는 시간이나 책, 마법약의 내음, 약간 소란스러운 기색, 전부 익숙했음에도 그가 집중하지 못한 까닭은 역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잡념 탓이었다. 약초학 보충수업에도 그렇더니, 마법약 시간까지도. 그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을 이런 식으로 방해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그것이 피로를 유발했다.
조금 어지러운 시야 탓에 눈을 문지르고 다시 책장을 넘겼다. 오늘 잠을 그렇게 많이 잔 것도 아니었으니 눈의 뻑뻑함은 자연스러운 것이 맞다. 방에 두고 온 눈 세척액이 그리워질 즈음, 마지막 재료를 썰어넣은 마법 약이 끓기를 멈춘다. 뒤에서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간단한 평가가 이어지고, 무언가 적히는 것을 바라본다. 그래도, 그가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최소한 마법약 수업 만큼은 그랬다. 지금은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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