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ely.

[덴젤] 2일차, 약초학.

Kreisel 2018. 1. 15. 19:26






 어릴 때부터 작은 씨앗들과 함께 커온 그는 무엇보다도 흙 냄새가 익숙했다. 물론 비료 냄새야 호그와트의 온실에서 처음 마주해 가을 중임에도 목도리를 둘둘 말았다고는 하나, 결국 그마저도 흙과 섞이니 보통 맡던 냄새와 크게 다를 것은 없어 금방 흘려 넘길 수 있다. 풀잎에 맺혔다 떨어지는 물방울들도, 바르작거리던 연한 흙이 젖어가며 느긋하게 나무색을 띠는 것도. 그는 매우 친숙한 그 광경을 사랑했다. 맨드레이크는 시끄러웠고 화분 깨지는 소리는 요란했으며 아이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는 더욱 귀를 울려댔으나, 아무것도 방해되는 것은 없었다. 

  용케도 제가 빼내어든 만드레이크가 만족스러웠는지 제 손에 들어온 노래하는 식물의 씨앗은 분명 그의 작은 팽에게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제가 있었다면, 그는 이 씨앗이 피워낼 새싹의 이름을 몰랐다. 씨앗의 외형 만으로도 어떤 꽃 송이를 틔울지 제법 알 수 있는 그였으나, 역시 마법과 가장 가까운 이 곳에서는 영 쓸모 없는 알량한 지식에 불과하다. 그는 결국 양 손을 꼬옥 모아 쥐어 소중히 꽃 씨를 가두고, 도중에 몇 번이고 숨을 골라가며. 다시 올라와야할 계단들을 하나하나 세고 세어 온실로 향했다. 마악 막바지 수업이 끝났는지 알싸하고 달달한 흙 내음이 코 끝을 자극했다. 매큼한 그 느낌이 좋아 슬그머니 웃었다. 다행히도 아직 머물러있는 그의 가장 좋아하는 과목의 선생님을 부른다. 깨끗한 손의 그가 흙 묻은 손을 망설임 없이 붙잡아본다. 

  그는 이 작은 씨앗의 이름을 알아, 냉큼 네가 나를 필요로 해주었으면 좋으리라, 그렇게 속삭여줄 생각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따뜻할 햇살과, 든든한 그늘 아래서 함께할 나의 것이 되어주기를. 그는 살몃 입매를 휘었다.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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